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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송살이
요즘 제법 괜찮다고 느껴질 정도로 지낸 날들이 많았다. 급하게 결정하고 다녀온 여행은 분위기 탓에 상대적으로 더 쓸쓸했던 연말에 환기가 되기 충분했다. 이대로라면 계속해서 괜찮게 지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게 만드는 날들이었다. 그러나 부풀었던 것은 쪼그라들어 원래의 모습을 되찾고 착각일까 했던 우려는 실제가 되었다. 기대에 차 놀이동산에 갔지만 무서운 마음에 단 하나의 놀이기구도 타지 못한 아이처럼 행복을 갈구하지만 매번 문턱에서 도망쳐 버렸다. 분명 앞으로 걸었다 생각했는데 뒷걸음질하고 있었다. 삶의 모든 것엔 주기가 있다고 생각했다. 힘든 시기가 바닥을 찍으면 분명히 다시 위로 올라가는 시기가 올 거라고 조언했던 내가 얼마나 오만했는지 깨달았다. 바닥은 칠흑같이 어두워 그 끝이 어딘지 가늠이 ..
근래 내게는 꽤나 충격적인 사건으로 인해 안 그래도 나빴던 멘탈이 와장창 부서져 버렸다. 며칠간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일요일엔 괜히 친구와 계획에 없던 술을 잔뜩 마셨다. 집 오는 길에 혼자 영등포 KFC에 들려 폭식하다 새로 산 옷을 두고 오고, 기차에서는 왼쪽 이어폰 한 짝을 잃어버리는 등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그러나 왜일까 멘탈이 완전히 박살나고 나서야 제대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작 내 멘탈에 막타를 친 장본인의 과할 정도로 자존감 높은 모습에서 과거의 내 모습이 보여서 그런 걸까. 안 그래도 오늘 예방건진 결과는 박살난 건 내 멘탈만이 아님을 말해주었기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마음 먹었다. 일단 집안 꼬락서니와 내 멘탈은 동기화되기에 집 정리를 좀 하고 최근 들어 급격하게 살찐 몸을 이..